22.03.10~ 신분을 숨기고 어딘가에 잠입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은밀하게 행한 범죄현장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자면, 눈앞에 이 남자는 자신의 일에 실패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이것도 레이디를 위한 신사분의 서프라이즈일까.” 홀의 따분함을 피해 테라스로 숨어든 제게 이 현장을 들켰으니까. 보라색 눈동자가...
22.03.9~22.03.10 소파 눈꺼풀 틈새를 비집을 것처럼 내리쬐는 볕에 부스스 눈을 떴다. 졸았던가? 비몽사몽하게 몸을 일으키자 한창 높은 곳에 닿아있는 오후의 햇살이 눈부셨다. 그 아래서 선잠을 자며 달궈진 맨살 역시 적당히 따끈해 기분이 나긋했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조금 더 잘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어쩐지 조용한 실내가 도리어 나른한 수...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고목이 우거진 숲에 비가 내리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건만 낯선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비가 온게 언제였지. 지금 내리는 비는 정말로 오랜만에 내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내가 오랜만에 정신을 차렸다는 의미일까. 토독토독 불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들려오던 소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가볍게 물러갈 먹구름이...
22.01.27~ 면도 "자기." 남자의 어깨에 기대 체중을 실어오던 키아샤가 그를 불렀다. 차가운 손끝이 기사의 뺨과 턱을 매만지더니 이내 말을 잇는다. 익히 들어온 목소리였다. 호기심과 즐거움을 잔뜩 머금은. "내가 해볼래." "뭐를?" 날붙이를 잡은 제 손목을 감싸오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떨궈내며 그가 되물었다. 생긋 미소지은 키아샤 반대쪽...
"엄마, 창밖에 유령이 있어요." "저녀 먹다 말고 그게 무슨" 어린 남자 아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들으며 타박하던 여성이 화들짝 국자를 떨어뜨렸다. 동그랗게 뜨였던 눈이 대번에 매섭게 치켜올라갔다. "어머, 너는 그렇게 유리창 밖에 서 있으면 어떻게 해. 깜짝 놀랐네. 정말 귀신 같은 꼴을 하고서는. 머리라도 자르고 다니렴." "죄송해요. 어머니. 문이...
집필 기간 : 22.01.21출근 중에 너무 심심해서 메모장에 끄적~ 반딧불 순백의 설원은 성역이었다. 그 어떤 얼룩도 허용하지 않는, 사멸의 영역. 바다조차 보이지 않는 눈밭에서는 그 어떤 생명체도 자신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하물며 그 죽음의 존재조차도, 흔적을 남길 수 없다. 쉼없이 내리는 눈이 허락되지 않은 이물질을 그 색으로 덮어버릴 테니까. ...
집필 기간 : 22.01.20출근 중에 너무 심심해서 메모장에 끄적~ 추락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들을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끝을 모르고 높은 곳에서부터 바닥으로 추락하는 감각을 다만 마음에 들어할 뿐. 언제부터 그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천천히 돌이켜 보면 하나의 기억이 있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닿는 곳에...
다른 천사에 비한다면 짧은 생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보다 더 짧은 생애를 사는 인간에 비하면 한없이 긴 시간이었고, 앞으로 남은 시간 역시 영원에 가깝다. 누군가는 그것을 저주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은 축복이라 말한다. 때때로 그 삶에 대해 생각했다. 스스로에 비하면 순간을 사는 종. 그들의 역사는 하나의 점을 연결해 길고 거대한 흐름을 만...
집필 기간 : 21.12.20~26.06.12작년 수호천절에 시작했지만....ㅎㅎ 곧 다가올 올해의 키스데이를 기념하는 걸로 칩시다. 비록 그조차도 오늘은 아니지만... 글에서 키스할 뻔했으니까, 키스데이일 뻔했다고 하면 안 되는 걸까. 도시마다 별빛축제를 기념하는 장식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귀에 익은 축가들이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고, 부산스럽게 축제를 ...
도대체 어디에 처박혀서 소식 하나 들리지 않는 걸까? 그 샛노란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게 어디 숨어 있기라도 하신 걸까? 아차, 너무 괘씸해서 빼먹은 게 있네. 누가 받아야 하는 편지인지 제대로 적어두지 않으면 또 능청스레 굴며 발뺌할 테니까. 맞지? 보통 뭐라고 덧붙이더라? 친애하는, 이라고 쓰던가? 하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냐. 무엇이 적당할까… ...
포스타입과 트위터 외에 글을 쓰는 SNS는 없습니다. 트위터: @jamkok_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