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리 집에 있다. 가장 처음 '그것'을 느낀 건 지난 월요일이었다. 원래의 퇴근 시간보다는 훨씬 늦었지만,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은 같았던 날이었다. 기름칠을 하지 않아 뻑뻑한 소리를 내던 현관문이 어쩐지 매끄럽게 열렸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아무도 없는 집에 종일 가둬져 있었던 공기가 답지 않게 상쾌하다는 감상을 느낀 것도 같고...
* 1차 창작물입니다.
기다림 시선을 굴려 시계를 바라본다. 6시를 가리키고 있는 짧은 바늘과, 12분을 가리키고 있는 긴 바늘. 그 사이에서 얇아 잘 보이지 않는 바늘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보지도 만질수도 없는 시간을 정형화된 형태로 고정한 사물을 통해 끊임없는 흐름을 시각적으로 체감한다. 그와 함께 있을 때도,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때도 저 속도는 다르지 않을 텐데…...
사인 앞으로 다가올 생의 운명을 알 수 있다면 가히 신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그럼에도 감히 한낱 창조물의 몸으로 확신한다. 호기심은 천성(天性)이요, 세 치 혀는 천부(天賦)이니, 스스로의 사인(死因)을 고르자면 필경 객사(客死)이리라. 불현듯 찾아온 어느 날에, 집이 아닌 어느 곳에서, 타인으로 하여금 기구하다거나 자업자득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런 죽...
검은 초대장 검붉은 색감에 버 무늬가 선명한 책상 위를 흰 손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톡. 톡. 톡. 일정한 속도로 이어지는 소음이 어느 순간 인식 범위에서 멀어질 때쯤,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있던 남자가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노르스름한 회색 눈동자가 겉으로 드러나며 닫힌 문쪽을 향해 시선을 떨궜다. 그와 동시에 묵직한 문이 열리며 누군가 방안으로 들...
사냥 바로 직전에 다녀온 임무지가 툰드라였는데, 이번에 갈 임무지가 열대우림이라고? 극과 극의 온도 차이가 어처구니가 없다. 비유적 표현이 아닌 말 그대로의 의미로. 춥고 건조한 고지대에서 덥고 습한 늪지대라니. 한숨이 절로 터져나왔다. 뭔가, 저번 임무에서도 투덜거린 것 같지만… 더운 것보다 추운게 상대적으로 그나마 조금 더 낫다. 애초에 인류학적으로 보...
충동 기분 좋게 취기가 올랐다. 매달 돌아오는 시기의, 매번 느끼게 되는 열감이 술기운과 더불어 머릿속을 휘젓고 있다. 평소에도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해 옮기는 삶에 충실하고 있지만, 이건 조금 다른 느낌. 다른 종류의 충동이 이성을 누르고 행동하기를 부채질 한다. 입속의 설탕 덩어리가 달그락 소리를 내며 이에 부딪친다. 자꾸만 텁텁하게 마르는 입속이 갑갑...
외출 준비 맥박이 뛰는 곳 위로 안개처럼 내려앉는 습기가 있다. 마른 장미가 내는 건조하고 차가운 향이 두근거리는 박동과 함께 어렴풋이 허공을 채운다. 언뜻 스치는 것으로도 그 잔해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짙은 농도였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짓이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서도 타고난 짐승의 천성 탓에 코가 예민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이란 무릇, 아주 사소한...
아침 식사 호텔에 비치된 침구 마냥 새하얀 시트 위에 새하얀 이불 더미가 놓여있다. 그 속에서 평온한 얼굴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이의 가슴팍이 호흡과 함께 오르내린다. 그 미약한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마치 인형처럼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이었다. 약간의 시간 흐르자 채 여미지 못한 커튼 새로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침대에 누워있던 이가...
일일 집사 반짝 눈이 떠지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창밖으로 비치는 빛은 어슴푸레 희끗하다. 해가 뜨기 직전에나 볼 수 있는 모호한 하늘이었다. 역시 이 시간이네. 못마땅한 숨소리를 내쉬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로서 느긋하게 늦잠이나 자려던 계획은 깔끔하게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다니까. 뭐, 나쁘지 않지. 하나의 동작처럼 침대를 벗어나 외출 준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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